연말이 다가오면 자연스럽게 사람을 초대하고, 테이블을 차리고, 분위기를 만드는 일에 마음이 간다. 2024년의 끝자락에도 그런 마음으로 작은 공간을 대관해 BYOB 파티를 열었다. 거창한 기획이나 목적이 있는 프로젝트는 아니었고, 그동안 좋아해왔던 취향과 관심사를 한 번에 풀어보고 싶었던 개인적인 욕심에 가까웠다.
목적은 BYOB 모임, 테마는, year-end, holiday, christmas. 각자 좋아하는 술 한 병을 들고 와 편하게 먹고 마시고 이야기할 수 있는 연말 파티였다. 초대 인원은 열댓 명 정도로, 나의 정기 BYOB 모임원들이 각자의 지인을 한 두명씩 초대해서 서로 본 적 없는 사람들이 모인 파티였다. 그래서 더더욱 어색하지 않은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준비 과정은 거의 전부 수작업이었다. 케이터링 메뉴를 고를 때도 사진이 잘 나오는 메뉴보다, 테이블 위에서 자연스럽게 나눠 먹기 좋은 음식 위주로 구성했다. 50~150불 사이에서 각자 가져올 와인을 고려해 전체적인 맛의 밸런스를 맞추는 데 신경을 썼다.


테이블에 놓일 센터피스들은 아침부터 다녀온 고터 꽃시장에서 한아름 구매한 꽃들로 직접 어레인지했다. 과하게 화려한 구성보다는 테이블 위에서 시선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소소하게 분위기를 잡아주는 정도로 맞췄다.
메뉴판과 네임카드 역시 직접 디자인하고 출력해 하나씩 자리에 놓았다. 누가 어디에 앉아야 할지를 강하게 정하지는 않았지만, 처음 테이블에 앉는 순간만큼은 각자 환대받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싶었다.


테이블 데코레이션 역시 같은 기준으로 연말 파티 바이브는 느껴지되, 너무 크리스마스 소품처럼 보이지 않도록 꽃의 소재와 색을 제한했다. 캔들, 패브릭, 식기 톤을 통일하고, 불필요한 요소는 최대한 덜어냈다. 공간의 제약 사항으로 실제 캔들 대신 LED 캔들을 사용할 수 밖에 없었던 점이 매우 아쉽다. 그리고 예산 자체가 매우 타이트해서 맞추느라 제한적인 소재를 사용해야 했던 것도 한몫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자리에 처음 들어온 사람이 감탄할 수 있을 만한 분위기이면서 서로 자연스럽게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느낌을 주는 데에 최선을 다했다.
행사 당일에는 별도의 프로그램이나 진행 멘트는 없었다. 대신 음악의 흐름, 음식이 나오는 타이밍, 테이블 위가 어수선해지는 순간을 계속 관찰하며 미세하게 조정했다. 누군가 처음 말을 트기 어려워 보이면 자연스럽게 연결해주고, 테이블 분위기가 너무 한쪽으로 쏠리면 슬쩍 자리를 옮겼다. 눈에 띄지 않게, 하지만 계속 개입하려 노력했다.
파티가 끝날 즈음, 여러 사람이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이런 자리 너무 오랜만이다”, “처음 보는 분들인데도 다들 편했다”, “연말에 딱 필요한 시간이었다”. 이 호스팅으로 나는 이런 일을 정말 좋아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분명하게 깨닫게 됐다. 결과물보다도,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표정과 에너지에 계속 신경 쓰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 미니 프로젝트는 비즈니스 성과나 수치로 설명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니다. 다만 내가 스스로 어떤 종류의 경험을 만들고 공유하길 좋아하는지, 어떤 디테일에 감동하는지, 그리고 어떤 순간에 가장 몰입하는지를 솔직하게 보여주는 기록이라고 생각한다. 사람과 공간, 분위기와 흐름을 엮어 하나의 ‘기억에 남는 밤’을 만드는 일. 이 작은 연말 BYOB 파티는 그 취향과 방향성을 가장 사적인 방식으로 표현한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