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 소비자에게 막걸리는 일상주보다 특별한 경험으로 인식되며, 이는 제품 설계 단계에서 고려되어야 한다.
- 스파클링 막걸리는 탁한 외형과 질감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와인·샴페인 경험과의 연결을 만든다.
- 전통의 재현보다 현지 식문화와 결합 가능한 형태를 우선 확보하는 것이 시장 안착에 효과적이다.
전통주가 해외에서 어려운 이유
내가 경험해본 대부분의 경우, 외국인에게 막걸리를 소개하면 거의 항상 ‘맛있는데 자주 먹기에는 어려운 맛’이라고 말한다. 익숙하지 않은 이유가 가장 클 것이다.
와인은 포도를 이용하지만 보통 우리나라 전통 발효주는 곡주가 대부분으로 쌀이나 보리를 이용해 만든다. 그 중에서도 탁주와 청주로 나뉘는데, 탁주는 익히 알고 있는 막걸리, 청주는 맑은 술이다.
일본의 사케나 중국의 고량주는 위스키보다는 약하지만 비슷한 증류주로 인식하고, 과실이 주가 되는 술은 와인처럼 이해하면 되는데, 막걸리는 와인처럼 발효주지만 증류주처럼 곡물을 쓴 신기한 낯선 조합의 술이다. 심지어는 다른 모든 주류와는 다르게 막걸리는 투명한 술이 아니다.
왜 해외에는 탁주가 거의 없을지 먼저 짚고 넘어가자면, 서구에도 탁한 술은 존재했지만 저장 기술, 유통 거리, 위생 개념, 그리고 미관에 대한 기준 등이 발전하면서 술이 맑을수록 고급이라는 인식이 굳어졌다. 와인도 사실 발효 초기에는 탁한 색을 띈다. 하지만 숙성과 여과를 거치며 투명해지고, 비로소 완성된 (출시 준비를 마친) 와인으로 여겨진다. 반면 막걸리는 입 안에서 느껴지는 질감과 감촉까지 포함해서 탁함 그 자체가 완성이다.
이렇다보니 막걸리는 늘 설명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설명이 길어질수록, 술은 점점 어려워진다. 술을 가장 잘 이해하는 방법은 정말 단순하게도 함께 먹는 음식을 이해하는 것이다. 음식에는 그 지역의 문화와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고, 이는 곁들이는 술로도 자연스럽게 이어지기 때문이다.
곡주 문화에서 출발한 한국 술
한국 전통주는 크게 보면 곡주 문화다.
- 막걸리, 약주, 청주 → 쌀·보리 기반 발효주
- 안동소주, 이강주, 문배주 → 곡주를 증류한 증류주
서구의 술이 과일과 육류를 중심으로 발전했다면, 한국 술은 밥과 곡물, 발효 반찬과 함께 진화해왔다.
발효 반찬 - 김치, 장 (된장, 고추장, 간장 등)
이렇게 발전하게 된 이유는 지리적, 역사적 배경을 통해 알 수 있다. 한국은 대체로 경작지가 좁고, 지형적 한계로 목축이 어려워 곡물 위주의 농경 문화가 발달했다. 게다가 춥고 긴 겨울 동안 채소 등 농산물을 오랫동안 저장해야 했기 때문에 발효 과정을 통해 식품의 부패를 막는 기술을 활용했다. 발효 과정에서 생기는 다양한 영양 성분과 건강 기능에 대한 오랜 경험과 지혜로 한식의 문화는 덕분에 꾸준히 발전해왔다.
그렇다보니 한국 음식을 떠올리면 짠맛이나 단맛보다 고소함과 감칠맛이 먼저 떠오른다. 그리고 씹을수록 맛이 쌓이는 음식이 많다.
그래서 막걸리는 맛을 자르기보다 맛을 끌어올리는 술로 발전했다. 그 중에서도 단연 우리에게 가장 익숙하면서도 인기 있는 조합인 전, 나물, 떡, 곡물 위주의 음식을 막걸리와 페어링할 때 음식과 술의 맛을 동시에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이런 음식들은 씹는 맛이 있고, 기름기가 있지만 과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서 막걸리는 입 안을 부드럽게 채우는 탁한 질감과 은은한 산미, 그리고 곡물의 기분좋은 고소함을 제공한다. 반대로 국물이 많거나 기름진 음식에는 약주, 청주, 혹은 소주가 더 잘 어울린다.
그렇다면 탄수화물과 기름진 육류가 주식인 북미에서는 막걸리를 어떻게 먹어야 할까?
북미의 식문화는 보통 소스가 강하게 느껴지고, 식감 대비 맛의 밀도 높은 편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임). 이 환경에서 질감이 묵직한 막걸리는 낯설다. 하지만 샴페인 막걸리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실제로 북미에서 막걸리는 이미 Sparkling Makgeolli, 혹은 Korean Champagne이라는 이름으로 유통되고 있다. 탄산은 막걸리를 처음 접하는 소비자에게 비교적 익숙한 감각을 제공하기 때문에, 스파클링이나 샴페인이라는 단어가 강조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탁한 외형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을 줄이고, 기름진 음식과의 궁합을 보완할 수 있으며, 와인이나 샴페인을 마셔온 경험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복순도가와 같은 스파클링 타입의 막걸리는 북미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수용 속도가 빠른 편이다.
이렇게 우리 전통을 현재의 식문화 안에 맞게 조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북미 시장 진출 시 브랜드가 고려해야할 지점
우리술 브랜드가 북미 시장을 고려할 때 핵심은 정통성의 강조보다는 소비 맥락을 어떻게 설계하는지에 있다. 막걸리나 약주의 제조 방식과 역사를 먼저 전달하기보다는, 그 술이 자연스럽게 놓일 수 있는 장면을 먼저 제시하는 편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음식과 함께 마시는 술인지, 혼자 마시는 술인지, 함께 나누는 술인지, 어떤 상황이나 분위기에서 마시는 술인지 등,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이 명확해질수록 술은 설명 없이도 이해된다.
한국 술은 이미 충분한 개성과 완성도 그리고 역사를 가지고 있다. 다만 해외 시장에서는 그 매력이 정보보다 경험을 통해 전달되는 경우가 많다. 탁함은 하나의 질감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고, 곡물의 풍미는 특정 음식과 결합할 때 장점으로 작용한다. 최근 트렌드는 더더욱 한국의 음식문화를 조명하고 있어서, 그를 가장 잘 받쳐줄 우리술도 자연스럽게 기회가 커지고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컨텐츠인 흑백요리사의 대성공, 수많은 K-컨텐츠 속에서 비춰지는 한식들, 그리고 최근 World’s 50 Best Restaurant에서 북미 1위를 거머쥔 한국인 부부가 운영하는 파인다이닝 아토믹스까지, 우리나라 음식에 온세계가 집중하고 있는 이 때가 우리술을 세계에 함께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한국적인 것’을 그대로 보존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다른 여러 문화의 식탁 위에서도 무리 없이 작동하도록 조율하는 일이다. 그 과정을 충분히 거친 후의 한국 술은 한국 제품을 향한 호기심으로 인한 일회성 선택과 단기 유행에서 벗어나 자연스럽게 하나의 선택지로 자리 잡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술의 해외 유통 채널, 그리고 브랜딩 전략